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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發) ‘민중혁명’ 이끈 필리스 슐래플리를 아십니까

[2019-06-04 오후 12:18:17]
 
 

[조현영의 외신해설] 트럼프발(發) ‘민중혁명’ 이끈 필리스 슐래플리를 아십니까

1세대 페미니스트 괴멸시킨 여성 풀뿌리 보수운동가...가장 먼저 트럼프 지지선언, 대선 승리에 결정적 기여

[미디어워치 공유] 지난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견인한 두 명의 여성 보수운동가가 있다. ‘아디오스 아메리카(Adios, America)’와 ‘우리는 트럼프를 믿는다(In Trump We Trust)’를 저술한 앤 코울터(Ann Coulter), 그리고 그녀의 멘토이면서 미국 풀뿌리 보수운동의 대모로 추앙받는 필리스 슐래플리(Phyllis Schlafly)다.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견인한 두 명의 여성 보수운동가 앤 코울터(좌)와 필리스 슐래플리(우). 사진=위키피디아
▲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견인한 두 명의 여성 보수운동가 앤 코울터(좌)와 필리스 슐래플리(우). 사진=위키피디아


대선 직후 워싱턴 정가와 전 세계 제도권 엘리트들은 혜성처럼 등장한 트럼프의 당선으로 충격에 빠졌다. 모두들 힐러리의 승리를 90% 가까이 확신하던 상황이었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되던 2016년 11월 11일, 미국 자유보수 매체 브라이트바트(Breitbart News Network)가 쓴 분석 기사 ‘필리스 슐래플리의 최종 승리(Phyllis Schlafly‘s Final Victory)'는 이런 가운데 당시에 크게 주목 받았다.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당선은 ‘제도권 미디어(corporate media)’와 ‘아메리카 라스트(america last) 노선’, ‘킹메이커스(Kingmakers)’로 상징되는 기존 워싱턴 제도권에 대한 ‘아스팔트 보수’ 시민의 심판이었다. 트럼프 역시 유세 과정에서 낡고 부패한 기득권을 뜻하는 “워싱턴의 ‘늪(swamp)’을 말려버리겠다(drain)”고 공언했다.

필리스 슐래플리가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을 두고, 평생을 보수 여전사로 살아온 그녀의 '마지막 승리'로 표현한 브라이트바트의 기사. 사진=홈페이지 캡처.
▲ 필리스 슐래플리가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을 두고, 평생을 보수 여전사로 살아온 그녀의 '마지막 승리'로 표현한 브라이트바트의 기사. 사진=홈페이지 캡처.


이날 기사에서 브라이트바트는 “트럼프의 당선은 선거일 2달 전에 작고한 미국 보수 아이콘 필리스 슐래플리의 승리를 의미한다(Trump success also represented the final victory of late-conservative icon and grassroots legend Phyllis Schlafly.)”고 분석했다.

실제로도 필리스 슐래플리는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후보로 등극시킨 과정에서 일등공신이었다. 브라이트바트는 “보수 풀뿌리 조직을 장악한 그녀가 아웃사이더 트럼프에게 ‘최초로 지지선언(most influential endorsements)’을 했다”며 “덕분에 트럼프는 공화당 역사상 최고 득표로 경선을 통과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역시 대선후보 시절이던 2016년 9월 인터뷰에서 슐래플리의 지지선언이 경선 승리에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필리스가 나를 굳이 지지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나를 가장 먼저 지지했다”며 “대담하고 용맹스러웠다. 그녀의 지지가 판도를 바꿔놓았다(Her endorsement had a huge impact)”고 인정했다.

미국 보수 풀뿌리 운동가들의 대모로 불리는 필리스 슐래플리는 2016년 3월 일찌감치 트럼프 지지선언을 했다. 그녀의 지지선언은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는다. 사진=폭스뉴스 캡처.
▲ 미국 보수 풀뿌리 운동가들의 대모로 불리는 필리스 슐래플리는 2016년 3월 일찌감치 트럼프 지지선언을 했다. 그녀의 지지선언은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는다. 사진=폭스뉴스 캡처.


그렇다고 지지 선언을 하기까지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필리스가 이끌던 미국 최대 보수 풀뿌리 시민단체 이글 포럼(EAGLE Forum)은 당시 트럼프 지지 여부를 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시민단체 내부의 또 다른 공화당 경선 주자였던 테드 크루즈(Ted Cruz, 텍사스주 상원의원) 지지자들이 필리스를 축출하려는 소송도 벌어졌다.

슐래플리는 2016 대선 2달 전에 작고했다. 당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와 캠프 중진들은 그녀의 장례식에 총 출동해 애도를 표했다. 사진=브라이트바트 본문 캡처.
▲ 슐래플리는 2016 대선 2달 전에 작고했다. 당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와 캠프 중진들은 그녀의 장례식에 총 출동해 애도를 표했다. 사진=브라이트바트 본문 캡처.


이러한 갈등을 딛고 필리스의 마지막 저서 ‘트럼프의 보수주의적 정당성(The Conservative Case for Trump)’이 그녀가 작고한 다음날인 9월 6일에 출간됐다. 책은 단숨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등극, 판매수익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자전적 저서 ‘미국 통합의 길(Stronger Together: A Blueprint for America’s Future)‘을 2배 이상 앞질렀다.

필리스의 책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어젠다가 수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 ▲중산층 붕괴와 만성 재정적자를 막기 위한 이민법 개정과 장벽 설치 필요성 ▲헌법에 충실한 보수 성향 연방대법관 임명의 필요성 ▲무역 문제 해소(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탈퇴) 및 중산층 일자리 창출 ▲미국 대외 안보 정책의 재정비 필요성 ▲레이건 시절 경제 호황 재건을 위한 경제 정책 ▲독재적 좌파세력으로부터 미국 수정헌법 제1조 종교 및 사상의 자유 수호하기 등이다. 

대선 직전 출간돼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슐래플리의 마지막 저서 'The Conservative Case for Trump'. 사진=아마존닷컴
▲ 대선 직전 출간돼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슐래플리의 마지막 저서 'The Conservative Case for Trump'. 사진=아마존닷컴


필리스는 해외로 일자리를 내쫓는 글로벌리스트들과 월가의 거물들이 공화당을 잠식, 위대한 산업국가 미국의 블루칼라 중산층을 등한시해왔다고 꽤 오래전부터 경고하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는 최초 저서인 1964년 발간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 선택(A Choice Not An Echo)’에서 이른바 ‘킹메이커’를 반드시 분쇄해야 한다며 워싱턴 정가의 실태를 고발했다. 여기서 킹메이커는 록펠러(Rockefeller), 체이스맨해튼은행(월가) 같은 재벌들을 뜻한다. 이들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미국 정치 시스템을 잠식, 제도권 엘리트들은 ‘미국 꽁지(American Last)’ 노선만을 추구한다는 것. 필리스는 주류 정치권이 글로벌리스트와 다국적기업의 이익을 미국 서민과 중산층의 이익보다 앞에 놓는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이다. 

또한 “글로벌리스트 킹메이커들이 미국의 대외 정책 및 원조 자금을 왜곡시키고(curtail foreign giveaway programs) 궁극적으로는 국가 안보 이익마저 훼손시킨다”고 맹렬히 고발하기도 했다. 

이 책은 훗날 공화당 풀뿌리 유권자들의 각성을 최초로 촉발한 명저로 평가받는다. 이후 1980년대에 등장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보수 혁명에서도 마중물 역할을 했다. 뉴욕타임스(NYT)의 패악질을 처음으로 지적하고 나선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당시 그녀는 NYT를 “음험한 킹메이커의 최고 선동 기구(chief propaganda organ of the secret Kingmakers)”라고 혹평했다.

생전의 슐래플리. 사진=위키피디아
▲ 생전의 슐래플리. 사진=위키피디아


이처럼 비주류 우파로서 오랜 기간 숙성된 필리스의 정치 노선은 2016년 미 대선에서 빛을 발했다. 그녀는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노선이 미국 주류 제도권의 ‘아메리카 라스트’ 어젠다와 대척점에 있다고 설파하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불행히도 92세의 맹렬한 보수주의 여전사는 당신이 지지하는 노선을 실천할 후보(트럼프)에게 투표해보지 못하고 2016년 9월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과거 그녀는 미국의 만성 재정적자의 원인을 페미니스트와 월가 자본가의 야합에서 찾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다.

월가의 이익만을 대변하며 ‘재정 안정성(Fiscal Conservative)’만 고집하는 시장 만능주의자를 향한 따끔한 일침이자, 페미니스트 어젠다가 미국의 가정을 파괴하고, 이로 인해 각종 사회적 비용(범죄, 복지, 교육)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는 날카로운 비판이었다.

한마디로 과다한 복지 지출을 줄이고 싶다면, 대기업들이 더이상 페미니스트 어젠다를 팔지 말아야한다는 것. 재정적자를 야기하는 과다한 복지 예산이 결손 가정에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게 현실이라면, 페미니스트 어젠다로 파괴된 가정을 복원시키는 것이 세출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첩경이라는 주장이다.

더불어 흑인 커뮤니티가 붕괴한 이유도, 따져보면 대부분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흑인들이 범죄, 마약, 난독증 등으로 귀결돼 건전한 사회구조(social fabric)가 파괴되는 데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런 독특한 시각은 미국 기업들이 해외 아웃소싱과 무분별한 이민자 수용에 눈을 돌리는 이유까지 분석해냈다. 근본적으로 미국 가정의 붕괴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미국 노동자들의 학업성취율이 턱없이 낮아져 경쟁력 있는 인력 수급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앤 코울터는 자신이 존경하는 슐래플리의 삶을 자세히 분석한 칼럼을 썼다. 사진=앤 코울터의 홈페이지.
▲ 앤 코울터는 자신이 존경하는 슐래플리의 삶을 자세히 분석한 칼럼을 썼다. 사진=앤 코울터의 홈페이지.


외교·안보에서도 필리스는 탁월한 통찰력을 보여줬다. 미해군 제독 체스터 워드(Admiral Chester Ward)와 1964년 공동 집필한 ‘무덤을 파는 사람(The Gravediggers)’에서 그녀는 ‘워싱턴 안보 제도권(elite foreign policy establishment)’이 미국의 국방우위 전략을 포기하고, 소련과의 공존만을 강조한 점을 맹렬히 비판했다. 책은 당시 무려 200백만 부가 팔렸다.

1974년 저서 ‘키신저를 제자리에 앉히다(Kissinger on the Couch)’에서는 백악관 안보보좌관이자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의 소련 데탕트 전략을 신랄하게 논파했다. 

키신저의 대표 정책인 ‘전략적 군축 협정(SALT, Strategic Arms Limitations Treaty)’에 대항해 그녀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missile defense shield MD)’ 전략을 최초로 제시했고, 이후 레이건 행정부의 대(對)소련 전략의 기본 골격을 구성,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앤 코울터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작고한 필리스에 관한 칼럼(Phyllis Stewart Schlafly, 1924-2016)’에서 “필리스가 없었다면 레이건 행정부는 탄생하지 못했다”고 강조하며 “필리스가 여성으로서 국가 안보 전략을 구상하고 있을 때, 필리스와 대립하던 페니미스트들은 립스틱 사용 여부를 놓고 논쟁하고 있었다”고 힐난했다.

이처럼 필리스 슐래플리는 레이건 대통령을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었으며, 이후 미국이 PC(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 좌파의 광풍으로 위기에 빠졌을 때, 또 한 번 92세의 노구를 이끌고 보수 풀뿌리 시민들과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며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위대한 임무를 완수했던 것이다.

여성신문(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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