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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아기의 시

맹랑 여사의 '맹랑 육아' 
아기의 시 

소리 내어 우는 걸 배웠다.
울다가 그치는 걸 배웠다.
두 주먹 꼭 움켜쥐고
 조용히 눈꺼풀 감는 것도 배웠다.
평온하게 잠드는 것도 배웠다.
문득 눈을 뜨고, 사람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는 것도 배웠다.
그리고 아이는 웃는다.
사람이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배우는
 말 아닌 말이, 웃음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먼 옛날 세상의 처음부터 있었던 말.
사람이 정말로 행복할 수 있는 건, 어쩌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그저 웃음을 짓게 하던
 어린 시절, 무엇하나 배운 것이 없는
 아주 잠깐 동안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웃는다>에서

 오사다 히로시의 글에 이세 헤데코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 <아이는 웃는다>를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이세 히데코는 이 시를 화폭에 담아내기 위해 시를 벽에 붙여 놓고 1000번을 읽었다. 시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손끝으로 옮겨지기 까지 1000번. 얼마나 아득하고 멋진 일인가. 하긴 이토록 융숭하고 골 깊은 시를 그림으로 형상화 시킨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으리라. 웅장한 아이의 삶이 어찌 몇 장의 그림에 휘적휘적 그려낼 수 있었단 말인가.

한 승원 소설가는 시를 쓰는 것은 새로운 삶을 발견해 가는 것이라고 했다. 길을 가다가 풀숲 속을 기어가는 꽃뱀을 보았을 때 우리는 “어머나 징그러워”하고 소리친다. 그것은 우리 육체와 영혼 속에 들어 있는 신화적인, 꽃뱀적인 성정이 현실의 꽃뱀과 만나 반가워 환희하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라 표현한다.

어른들의 시는 새로운 삶을 발견해 가는 것이라 길을 가다가 풀숲 속을 기어가는 꽃뱀을 보면 “어머나 징그러워”하고 소리친다. 그렇다면 어린아이의 시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한다. 어린아이의 시는 이미 말하기 전에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말하기 전과 말하기 시작한 후의 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말을 배우기 전에는 그저 웃음하나로 아기의 모든 삶은 시가 된다. 날마다 새롭게 살아간다. 자체가 시다. 시와 삶이 따로 떨어져 내부에 들어있는 성정을 불러내지 않아도 된다. 뱀을 보고 부러 “어머나” 호들갑을 떨 필요 없이 무심하게 눈으로 손으로 매만져볼 수 있는 것. 그것은 아기들 자신의 영혼이자 몸이라는 생각에서다.

아기들은 세상의 언어를 배우고 몸짓을 습득하고 주변의 환경에 영향을 받아 분별하기 시작한다. 현실의 사물과 내부의 성정이 분리되어 간다. 그러므로 어느 날 꽃뱀을 만나면 잊고 지내던 성정을 불러내어 “어머나”하고 화들짝 놀라며 전혀 다른 이물질을 만난 듯 폴짝 뛰게 될 것이다. 이미 자신의 내부에 있었던 그것을 마치 처음 본 것처럼.

어른들은 애를 쓰며 시를 만든다. 어른들은 시를 줍겠다고 고개를 한껏 푹 숙이고 고뇌에 차고 울상을 짓고 걸어 다닌다. 아기들은 방긋방긋 시와 자란다. 마냥 폼을 잡고 살아가는 어른들의 삶을 배시시 웃음으로 아기들은 그저 안쓰럽게 지켜본다. 어른들은 아기들이 안쓰럽다 하고 아기들은 그런 어른들이 안쓰럽다 쳐다본다. 그 옛날 부처님이 가섭존자에게 내밀었다던 연꽃 한 송이의 의미. 그 연꽃을 보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지만 오직 가섭존자만이 알아차리고 배시시 웃었다던가. 오늘 아기만이 세상의 시를 알아채고 배시시 웃고 있다.

시인의 내부는 또 하나의 우주가 들어있다. 우리가 수시로 만나는 동백꽃도 꽃뱀도 고래도 새우도 참새도 비둘기도 거미도 개미도 귀뚜라미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쥐며느리도 들어 있다. 그러므로 슬픔도 기쁨도 행복도 넉넉함도 이미 들어 있다. 우리의 내부에서 어떤 것을 꺼내어 시로 만들어 형상화 시키며 살아갈 것인가. 이미 시를 갖고 살아가는 우리가 결정할 일만 남았다.
  

필자소개 : 서맹은
16년의 보육 경력과 8년의 책읽기.
 < 당신의 책장 속에 육아의 답이 있다> 저자
 * 블 로그 :blog.naver.com/komaingse
 * E-mail :komaing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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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7 오전 11:30:00, HIT :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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