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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HERSTORY-5] 경구피임약 발명 <임신공포로부터 해방>
여성에게 임신 공포로부터의 해방을 안겨 준 것은 1960년 5월에 발명된 경구피임약 “에노비스 10”이다. 미국 마거릿 생어 여사가 일생을 두고 헌신적 노력으로 발명한 이 약은 여성사에서 혁명적 사건으로 기록된다. 20세기 초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다산과 가난으로 40대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것을 목격하면서 여성의 “수태하지 않을 권리”에 관심을 쏟았다. 열악한 의료환경으로 출산과정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고 이 때문에 임신을 두려워해야 했던 여성들을 대변하기 시작한 것. 그는 1912년 시사주간지 “외침”을 통해 남편의 성행위 요구를 거부할 권리와 자식을 적게 낳을 권리가 아내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어머니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자신의 뜻대로 선택하지 못한다면 어떤 여자도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는 신념은 산아제한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반발은 거셌다. 남성들은 피임을 해괴망측하고 불미스러운 일로 여겼고 피임법을 보급하려던 생어 여사는 풍속교란을 이유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그전부터 피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1873년 “피임에 관한 정보를 우송하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는 법안, 속칭 블루 로우즈(Blue Laws)와 이 법을 제안하고 집행에 혈안이 된 안소니 캄스톡이라는 사람으로 인해 피임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음탕한 것으로 여겨지던 분위기. 그러나 생어 여사는 1916년 산아제한 진료소를 열어 488명에게 피임장치를 시술했고 이 일로 구금되면서도 이후 15년간 미국 전역에 산아제한 의료원을 300개 넘게 세웠다. 이런 노력은 1936년 풍속교란 방지법 철폐라는 결과를 낳았고 미국의학협회는 이듬해 “피임은 합법적 의료부문”이라는 결의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1952년 국제가족계획협회 초대회장에 취임했던 생어 여사는 내분비학자인 그레고리 굿윈 핑커스 박사에게 이상적인 피임법 개발을 의뢰했다. “에노비스 10”은 그의 지원아래 가족계획협회 기금으로 개발됐던 것. 피임은 인류역사의 진행과 함께 꾸준히 다방면으로 연구돼 왔지만 육체적 쾌락, 특히 여성의 쾌락추구를 금기시하던 사회분위기와 종교적 이유로 빛을 보지 못했다. 경구피임약의 탄생은 여성의 성정체성과 모성을 분리시켰고 많은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성학자들은 이를 “남성의 협조 없이도 원치않는 임신을 피할 수 있는 혁명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상희기자(february30@hanmail.net)

2000-11-27, HIT :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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