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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현상’ 대한민국엔 없나

[2016-05-06 오전 10:44:00]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확정되었다는 소식에 우울하다. 트럼프는 줄곧 “한국이 방위비 100%를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한다”고 했다. 게다가 ‘한미FTA 재협상’ 카드도 꺼냈다. 만에 하나 트럼프가 당선되면 대한민국으로서는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우려스런 것은 우리나라에 만연된 트럼프 현상이 차기 대선 판도에 기름을 붓는 촉매제가 될 공산이 크다는데 있다.

뉴욕타임스는 4일자 사설에서 "트럼프는 현재 주요 정당이 내놓은 대통령 후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고 준비가 덜 된 사람"이라면서 "링컨의 정당임을 자랑스러워하던 공화당이 어떻게 트럼프를 간판으로 내세울 수 있느냐"고 썼다. 그러면서 "공화당이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자문관을 지낸 엘리엇 코언은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이제 다 끝났다. 기질이나 가치관, 정책 등에서 완전히 부적합한 후보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고 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돌풍은 미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지금 미국은 극단과 막말로 점철된 트럼프 현상이 현실화되면서 분노와 자조가 교차하는 혼돈에 빠졌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인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유수 언론과 지식인들이 아무리 거부하고 질타해도 무한질주의 민심을 막을 길은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맹점이다.

당장 우리나라는 어떤가? 무명에 가까웠던 인물들이 실체도 없는 구호 하나로 정국을 뒤흔드는가하면 실천불가의 사탕발림 선동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두권을 질주하고 있지 않는가. 무조건적인 저항세대와 막연한 기대심리가 이성적 판단을 가로막는 것이다. 여기에는 옳고 그름이 없고 미래는커녕 내일조차 없다. 그 현상이 4.13총선 결과다.

대통령이 ‘청년일자리타령’으로 밤을 지새워도 정작 당사자들은 콧방귀다. 패권 다툼으로 당이 깨지고 대권병으로 국정이 발목 잡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야당 정치인들의 막말이 국격을 떨어뜨리고 최악의 국회라면서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야당 그들에게 몰표를 안겨줬다. 오죽하면 이제 죽었다며 덜덜 떨고 있던 그들이 ‘꿈이냐 생시냐’며 허벅지를 꼬집었겠는가.

옛말에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짓지 않는다’고 했다. 이른바 국운(國運)이라는 것이다. 나라가 어려워지려면 국민의 눈이 흐려지고, 그래서 빤히 눈뜨고 당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운(運)으로 둔갑된 자기변명이자 도피술수다. 문제는 이미 쏟아진 물은 담을 수가 없다는데 있다.

트럼프가 덜컥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날에는 그 여파가 한국을 뒤덮을 것이다. 비상식과 비정상이 상식과 정상을 갈아엎은 우리의 현실에서 미국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가세한다면 ‘준비가 덜 된 사람, 기질이나 가치관, 정책 등에서 완전히 부적합한 인물이 19대 대통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어떤 모습일지 모를 12월(미국 대통령 선거일 2016.12.15일과 한국 대통령선거일인 2017.12.19일) 능선이 벌써 두렵다. 혹여 대한민국이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지나 아닐까해서다.

                                       남강/시인.수필가.사진작가

 

여성신문(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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