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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향토작가 전경린의 문학과 일상

[2000-10-26]
 
 
 
가을빛에 어울리는 스카프를 어깨위로 두른 왜소한 체격이 다소 잘 어울린다. 모든 사람들의 말을 경청해 줄 것만 같은 눈빛, 그리고 침착하면서도 단아한 목소리는 경청하는 사람들에게 묘한 친근감을 주었다. 소설가가 되지 않았으면 매일 방안에 틀어박혀 있어 사람들이 이상한 여자라고 손가락질했을지도 모른다는 작가, 그만큼 소설을 쓰지 않은 그녀는 존재하지 못할 만큼 소설가인 자신이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제 문학은 습득이나 훈련의 결과로 쓰여진 것이 아닌 어느 날 제 속에서 흘러나온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도 이상하게 자연스러움을 느낀다’ 그렇다. 전경린은 지난 삶에는 소설가가 되기 위한 과정은 없었다. 그 흔한 백일장에도 한번 나가보지 않았다. 독문학을 전공하였고, 대학공모전에 우연히 응시했던 것이 당선되었뿐, 그 전까지만 해도 그 어느 누구도 그녀의 글쓰기 소질에 대해 언급한 이도 없다고 한다. 졸업 후, 라디오 스크립트로 되면서 매일 매일 글쓰기가 습관화되었고 그리고 눌려져 왔던, 잠재된 열정이 글을 쓰는 계기를 마련케 했다고 작가는 담담하게 말한다. 이 날 소설 「내 생에 하루뿐인 특별한 날」은 여성의 내재된 욕망, 성적 욕구, 특별한 일상에서의 탈출, 불륜을 주제로 한다. 이 소설에 대해 작가는 여성으로서의 숙명, 사회에서 여자로서의 긴장, 생명선, 잉태, 육아를 통한 여성성에 대한 의식이 무엇보다 작가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고, 그녀가 그리고자 하는 것 ‘30대의 여자들의 일상적, 내면적 생각을 즉 성, 남자, 미래에 대한 생각 구체적으로 나타낸 작품이 없었다며 작가만의 문체로 그런 주제의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투쟁적인 삶이 아니다. 복종, 인내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사랑하고 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냥 남자와 무관하게 한 여자로서 존재하고 살아가길 바랄뿐인 것이다. 전경린은 그만의 독특한 문체로 유명하다. 문체의 언급에 대해 작가는 ‘문체는 한 작가의 특징과 능력이라는 것’임을 강조하였고 이것을 심화시키고 확장시켜 자신의 문체에 충실해야함을 강조하였다. 남의 문체에 귀 기울이지 말고 자기다움에 천착하여 작가마다 고유한 문체가 표현될 때 문학은 풍성해진다고 한다. “나의 문체는 통상적인 일상과 꽤 간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먼 바깥으로의 거리이거나 너무 깊이 본 나머지 생겨난 내부로의 거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언제나 욕망과 아름다움, 일상과 환상, 삶과 죽음, 언어와 침묵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작가는 문체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통을 일삼는지 느낄 수 있는 찰나였다. 소설가가 된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어떤 작가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어떤 책에서 영향을 받았는지였다고 한다. ‘성장기마다 그 후 삶의 마다마다의 이정표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는 그 책들의 정체를 댄다는 것이 꼭 내면의 궤적을 발설하는 것만 같은, 운명의 비밀을 누설하는 것만 같아’ 정면으로 답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유년이 고스란히 대면해 있는 고향에서 자신의 첫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의 생에 첫 책은 열 살무렵, 학교의 고전 읽기 시간 읽은 ‘박씨전’. 누구나가 다 읽었던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생각조차 희미한 그 책을 작가는 아주 천천히 그 이야기의 기억을 되살려 놓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흉칙한 얼굴을 가진 박씨는 산속에서 홀로 무예를 익히고 도술을 익히고 되돌아 온 날, 마술이 풀리 듯 흉한 얼굴이 아름다운 얼굴로 바뀌면서 아주 좋은 혼처로 시집을 가게되고 나라에 오랑캐가 쳐들어 오는 날 도술을 부려 나라를 구했다는 이야기다. 작가는 박씨를 보면서 자신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예쁘지도 않고 누구로부터 무시되어 있고 그냥 시골아이일 뿐인 자신이 언젠가는 박씨처럼 ‘내 생에 걸린 마술을 풀고, 본래의 아름다운 얼굴을 되찾아 세상을 긴장시키리라’고 그 은밀한 꿈을 꾸고 있었다. 등단이후 해마다 책이 나왔다. 책이 나올 때마다 작가는 좀더 많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 사람들과의 무언의 약속 때문에 작가는 고통에 빠진다. ‘나를 알아버린 사람들로 마음이 피폐해진다’ 소설이 시작되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작가. 그 두려움이 뭉쳐 새로운 세계로 표출된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 또한 묘한 전율을 느낄 것이다

박상희(february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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