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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새댁, 미안합니다

[2010-07-31 오전 9:37:00]
 
 

    ▲ 남강/시인.수필가
“베트남 새댁들, 정말 미안합니다(We feel sorry to Vietnamese). 그리고 사랑합니다.”
지난 28일 부산으로 시집온 지 일주일 만에 남편으로부터 죽임을 당한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씨의 추모행사장 피켓에 새겨진 사과의 글귀다. 
이날 행사는 부산대학로상가번영회가 ‘베트남 음식 나누기’라는 이름으로 베트남 이주여성들을 초대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행사에 참석한 100여명의 베트남 이주여성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고국에서 즐겨먹던 월남쌈과 쌀국수 등 10여 가지의 음식을 나누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우리 모두 가슴 깊이 새겨야할 추모행사다. ‘탓티황옥’, 베트남과 한국의 혼용 이름이 무척이나 애처롭다.

그 자리에 모인 베트남 여성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억울하고 비분했을 것이다. 고국 땅이 그립고 부모형제가 한없이 보고 싶었을 것이다. 잔인한 인심이 야속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참으로 죄송하다.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이없고 참담하다. 가해자가 비록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임은 틀림없다. 결혼부터 잘 못된 것이었기에 더욱 죄송스럽다. 피해자 부모의 통곡을 보면서 가슴이 메어졌다. 보는 사람이 그럴 진데 정작 피해당사자들은 어떨까? 뼈를 깎고 살을 에어내는 아픔이 훤히 보인다. 그래서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이주여성들 보기가 부끄럽다.

필자는 수요일 방영되는 KBS의 ‘러브인 아시아’ 프로를 자주 본다. 이주결혼여성들의 삶을 다루는 방송이어서 그렇게 관심이 간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남편은 물론 시부모와의 관계는 원만한지? 자녀들은 주변 아이들이나 학교생활에 문제가 없는지? 등등, 궁금하고 걱정스러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값싼 동정심이 아니다. 대단한 인사여서도 아니다. 오로지 아버지의 입장에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이여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국경도 인종도 따로 없다. 부모라는 이름 하나로 하나같다. 함께 웃고 우는 프로여서 좋다. 그런데  TV에 나올 수도 없는 숨어있는 이야기는 그 얼마며 또 어떠할까? 우리의 알량한 우월감과 무지와 편견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는 않는지 말이다. 

국민소득 2만 불과 1천불로 인격을 재려들지는 않는지. 못사는 나라에서 끼니나 때우려고 온 것으로 착각하지는 않을까. 그녀들은 이미 어엿한 대한민국의 신부다. 따지고 보면 이주결혼여성들은 대한민국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장가들기 힘든 총각들의 배필이 되어주었다. 우리나라 결혼 적령기인 20대 후반 여성의 미혼율이 급격히 높아져 세 명 중 두 명꼴이 미혼인 채 30대를 맞는다는 통계를 새겨야 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심각한 인구 감소 현상을 극복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부족한 일손도 돕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그들은 대접받아야 마땅하다. 그래서 도움을 받는 쪽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다. 그럼에도 학대가 존재하고 인종차별의 설음을 겪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니다. 

그들이 설령 가난에 몸서리나서 국제결혼을 선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인격적인 푸대접을 받을 죄도 아니고 이유도 못된다. 결혼 그 자체로서 너와 나라는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방인도 아니다. 동일한 위치에서 존중받아야 할 부부다. 삶의 국경이 허물어진지도 오래다. 글로벌 세상을 가장 많이 외치는 우리다. 속된 비유로 우리의 과거는 어땠든가? 핏덩어리를 입양 보내야 했고 광부로 간호사로 이국만리 타국으로 떠나야 했지 않았든가. 고국과 부모에 대한 사무쳤던 그리움을 경험했던 우리다. 오늘까지도 그 때 입양아들은 한국의 부모형제를 찾고 있지 않는가. 경제 규모 15위라는 자만에 빠져 있을 만큼 여유로운 우리가 아니다. 인간은 결코 물질의 노예가 아니다. 인간답게 살 인격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그렇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하기로 했다. 지난해 캄보디아 정부는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금지한바 있다. 국제적인 망신이었다. 결혼여성들을 상품화하고 노예취급을 하고 있다는 여론악화가 원인이었다.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50여 명씩 모아놓고 골라잡기 식으로 신부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인권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21세기 문명시대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낯 뜨거운 일이다.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자신이 대접받고 인정받는 길은 남부터 대접하고 인정해 주는데서 비롯된다. 하물며 우리 이웃이자 우리 며느리로 들어온 이주여성에 대한 대접이 애초부터 인격모욕이어서야 되겠는가. 벌써 이주결혼여성이 10만 명을 넘었다는 통계를 음미해야 한다.  

이제 여성들이 모두 나서서 이주결혼여성들부터 챙겨야 한다. 다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내 이웃에는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시집온 여성은 없는지 살펴보자. 있다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이들끼리 잘 어울리고 있는지. 학교생활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는지.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피부색이나 국적이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우리’라는 거슬릴 수 없는 공동체 의식과 인간의 도리를 훈육해야 한다. 사랑과 나눔의 값어치가 얼마나 크며 절실한 것인지도 똑똑히 익혀야 한다. 필리핀과 베트남이 바로 그런 예다. 필리핀은 6.25전쟁 유엔참전국이다. 우리가 은혜를 입은 16개국 중의 하나다. 그와 반대로 베트남은 우리 국군의 군화발이 찍힌 어쩌면 그 때부터 미안한 나라다.

더는 미안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젊은 어머니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외로움에 아파할 이주결혼여성들을 껴안아야 한다. 우리의 따뜻한 인정으로 그들의 차가운 가슴을 데워줘야 한다. 낯선 땅의 서먹한 그녀들은 아주 작은 친절에도 감사할 것이 자명하다. 러브인 아시아 TV 프로를 통해서라도 읽어보자. 그들의 남모르는 고통과 아픔이 얼마인지를, 몰래 흘린 눈물이 얼마인지를, 세계가 1일권인 이 시대에 우리의 아들딸도 이국의 며느리와 사위가 될 수 있다는 현실까지 두루 살펴보자. 그래서 그들은 우리의 딸이자 이웃이며 소중한 며느리라는 사실을 일깨우자. 얼마나 고맙고 애틋하고 사랑스런 새댁들인가.
같은 여성으로서 성숙한 인격으로서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자.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소명이다. 

                                                            본사 상임고문

 

여성신문(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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