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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와 ‘무소유(無所有)’

[2010-03-14 오후 3:29:00]
 
 

가진 자와 ‘무소유(無所有)’

 

▲ 남 강/시인, 수필가
“무슨 제왕이라고 세상 떠들썩하게 장례식을 치르고, 또 사리를 줍는다고 재를 뒤적이는가.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 수의도 만들 필요 없다. 내가 입던 승복 그대로 입혀서, 내가 즐겨 눕던 작은 대나무 침상에 뉘여 그대로 화장해 달라. 나 죽은 다음에 시줏돈 걷어서 거창한 탑 같은 것 세우지 말라.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

‘무소유’의 수행자 법정(法頂)스님이 입적하면서 남긴 마지막 가르침이다. 위선과 탐욕에 찌든 부끄러운 현실을 일깨우는 죽비다.
중생에 큰 깨우침을 남긴 법정스님은 오늘 다비식을 마지막으로 우리 곁을 떠난다.
수의까지도 소유로 여겼던 스님의 ‘무소유’를 반추케 하는 날이다.
세속의 소유와 무소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과연 실천 가능한 일인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진 화두다. 무소유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답게 사는 진정성과 절제의 삶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스님은 말한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라고 했다. 필요량이 얼마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요이상의 탐욕에서 벗어나라는 일갈임은 틀림없다.
법정스님의 눈에 비친 위정자들과 경제인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위선과 독선과 분열과 반목이 판치는 정치권, 세습재벌의 아귀다툼과 가난을 대물림할 수밖에 없는 속세에 연민하였을 것이다. 권력과 명예와 부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태에 장탄식을 하였을 것이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극도의 이기심과 폭력적 사회상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너는 악이고 나는 선이라는 능청맞은 정치꾼들, 수천 수조 원씩 쌓아두고도 가난한 이웃을 외면하는 재력가들이 법정스님의 산문집 ‘무소유’를 읽었다고 자랑한다. 나는 국민을 위해서 정치하는 사람이라고,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인이라고 큰소리친다. 그들은 과연 권력욕과 부와 명예욕에서 얼마만큼 비켜 서 있는가? 소시민들의 눈에 투영된 그들의 모습은 영 아닌데 말이다.
서민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부귀영화를 이승에서도 모자라 저승까지 가져가려 용쓴다. 너무 과하다. 정치적 반대자를 경원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내몰면서도 그도 모자라 목말라한다. 현란한 미사여구가 우민의 눈을 가리고 권모술수가 판을 친다. 그 뒤안길엔 배경 없고 돈 없는 서민들의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든다.

빌 게이츠와 나란히 세계 최고의 부자 순위 1.2위를 다투며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투자가'라 불리던 워렌 버핏은 전 재산 470억 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했고 자녀들은 당연히 받아주었다. 빌 게이츠 역시 "전 재산의 4600분의 1만 자식에게 주겠다"고 했다. 465억 달러에 이르는 그의 재산은 99%가 자선사업에 쓰이고 세 자녀들에게는 1천만 달러씩만 물러준다는 것이다. 이렇듯 선진국의 재벌들은 이미 무소유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비록 내가 번 돈이지만 이웃과 나라가 있어 가능했던 축재였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에게 일정부분을 일정기간동안 맡겨진 명예와 부귀이기에 죽기 전에 되돌려 줘야 한다는 책임의식이다. 그저 부러울 뿐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정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크다. 과욕부리지 않고 비우면 풀지 못할 것이 없다는 진리를 가르치고 있다. 그제도 어제도 비워야 할 사람들이 송광사를 찾아 추모했다. 그의 정신을 진정 기린다면 갈가리 찢어진 국론을 통합하고 나눔을 실천하고 이웃을 보듬고 아픔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토양을 가꾸어야 한다. 개개인의 부질없는 탐욕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 떳떳한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세계인의 눈에 비친 인색한 나라가 아니라 평화와 정의를 실천하는 품격 높은 국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신뢰가 두터운 국가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 꼭 그렇게 해야 한다.
미래의 역사를 위해서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인 것을...”


                            불기(佛紀) 2554년 3월 13일

                               남강/시인.수필가

여성신문(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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