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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시대

[2019-05-17 오전 8:42:36]
 
 
 

 

신진우 소설가/칼럼니스트

요즘 유시민 전의원과 심재철의원간의 ‘1980년 서울의 봄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뜨겁다. 발단은 유씨가 KBS의 한 오락프로그램에 나가 당시 공안기관에 체포되어 진술서를 쓰는 과정에서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유씨는 구타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술서를 아주 길게 썼다고 했다. 그 와중에 자기가 남다른 글 솜씨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제 흥에 겨워 민주화운동을 예능처럼 희극화시켰다. 2003년 봄이던가, 그는 재보선 당선 직후 국회에 정장이 아닌 빽바지 차림으로 나타나 일대 소란을 불러일으킨 전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만큼 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유씨는 강압에 못 이겨 자백서를 아주 길게 쓰긴 했지만, 조직을 지켰다고 했다. 바로 이 대목이 문제가 되었다. 유씨 때문에 험난한 옥고를 치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한사람이 심재철의원이다. 모든 내막을 알고도 침묵하고 있던 심의원이 이번에는 침묵을 깨고 나섰다. 제도권 언론이 애써 침묵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폭풍 같았다. 1주일 후, 유씨는 마침내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통해 먼저 잡혀온 심재철이 죄다 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며 심재철에게 덤터기를 씌웠다. 하지만, 해명하는 내내 그의 귓가가 빨갛게 물드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러자 심의원이 즉각 유씨의 자필 진술서를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물적 증거인 체포날짜와 진술서를 쓴 날짜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자료에 의하면 유시민은 517, 이해찬은 624일 구금되었고, 심의원은 630일 구금되었다. 심씨와 유씨는 서울대 1년 터울의 선후배로 유씨 표현에 의하면서울대 운동권의 빅 쓰리였다고 한다. 아무튼 합수부 취조실에서 조사를 받던 유씨는 무려 90쪽에 이르는 단편소설분량의 자술서를 완성했다. 그때가 612일이었다. 모두 77명을 언급했는데, 여기서 유씨는 서울대 학생회장이던 심재철을 무려 70여 번에 걸쳐 언급했다.

또한 유씨의 자백서에는 훗날 정계의 거물로 성장하는 이해찬이 중요인물로 등장한다. 강압에 못 이겨 썼다하더라도 용서받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상한 것은 유씨의 필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질서정연하다는 점이다. 25일간 합수부취조실에서 버틴 사람의 글씨라기엔 너무나 질서정연했다! 반면 심재철이 쓴 진술서는 페이지수가 턱없이 적었다.

그는 후배 유시민을 딱 한번 언급했다. 주목할 점은 심재철의 진술서는 필체가 갈수록 흐트러져 있다. 이는 혹독한 고문에 지칠 대로 지쳐 썼다는 것이 명백하다. 한편, 복학생 이해찬 역시 대단한 글 솜씨를 선보이는데, 3회에 걸쳐 장장 277쪽에 이르는 진술서를 작성했다. 이는 중편소설 분량이다. 그뿐이 아니다. 별책부록으로 주요인물 101명의 리스트를 따로 작성해 수사관들의 입이 벌어지게 했다. 역사에 있어서 뒤에 온 것이 먼저 온 것을 베낄 수는 있어도, 먼저 온 것이 뒤에 온 것을 베낄 수 없다. 지들이 먼저 90, 277쪽의 소설분량의 진술서를 써놓고, 후에 쓰인 진술서를 보고 베꼈다고 우겼다.

이씨는 언젠가 신동아에서 심씨 것을 보고 베꼈다고 모함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었다. 박근혜대통령탄핵에서 보았듯 우리사회에는 어느 듯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시대가 등장했다. ‘한 번한 거짓말은 거짓말로 남지만, 천 번한 거짓말은 진실로 남는다.’는 나치 선전장관 조셉 괴벨스의 말은 너무나 통렬하다. 엄혹한 시절이었지만, 세월은 무심히 흘렀다. 무직으로 있던 심재철이 MBC에 취직하자 슬슬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안 그래도 미운털이 박힌 심재철이 덜컥 YS밑으로 들어갔다. 하필이면 전두환보다도 더 미운 YS밑으로! 그때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심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더 이상 기자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정황은 중요하지 않았다.

뒷날, <심재철의 배신 때문에 김대중 내란음모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그 때문에 사형선고를 받으며 옥고를 치렀다>는 공갈소설은 이런 배경을 안고 탄생되었다. 그러자 운동권의 대부나 다름없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나섰다. 그는 군사정권으로부터 어느 누구보다 혹독한 고문을 당한 사람이다.

세 사람의 진술서를 모두 읽어보고, 모든 전말을 파악한 김전지사는 준엄하게 꾸짖었다. ‘경고한다. 더 이상 거짓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민주화운동을 빙자로 5.18유공자 혜택을 받은 것을 도로 국민 앞에 내 놓으라!’고 사자후를 토했다. 심재철의원은 로또나 다름없는 5.18유공자신청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재단에서 제공한 무료의료보험증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심의원은 굴러들어온 복을 사양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지금 5.18유공자는 국회의원을 넘어서는 브라만대접을 받고 있다. 최고 카스트이다! 한국에서 브라만 되는 것 간단하다. 5.18에 끼면 된다!!! 이로써 우리는 유시민이해찬심재철의 인간됨됨이를 알 수 있다. 하마터면 속을 뻔 했던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된 것도 다행이지만, 훌륭한 인물을 건지게 되어 더 기쁜 것을 숨기고 싶지 않다.

여성신문(womenis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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